그대 어디 있느뇨?
네가 있는 그곳
단연코 두 이름이 아니다
우리라는 폭력으로 소모되지 않기 위해
위대한 순간마저 덮어야 한다는 말이려니
지금 당장
너에게 기적 같은 오늘
공인된 주소와 함께 추방하라
사과나무 열매처럼
보여지는 것과 사는 곳에 대한
정의와 묘사는
산과 나무와 온갖 들짐승의 이름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언어의 기억 어디쯤에서
자기 속내 슬쩍 뒤집은 사기 아니던가
결국,
독한 입장료 뜯기며 꼬박꼬박 죽은 날로 적혀버린
나와 너의 무수한 행간들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매일이란 무표정을 덮으려고
새끈한 여행지의 이정표 수집하는 네가 하는 일이란
고작 제 무덤을 부수는 미친 도굴일뿐...
꼭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우리 중심의 무게를 단단히 결박한
거대 통념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사실만으로 탈출하는 건
처음부터 비극인 것이다
무한궤도처럼 질척대는
양극성의 극한 인력과 척력斥力사이엔
예외가 있을 수 없나니
속절없이 증발할 수 있다는 것
죽음마저 어쩌지 못한 절망이려니
호랑이가 고양이를 사냥하듯
닮음으로 서로의 형태 파괴하며
나는 나다라는 포식자로
살해될 수밖에 없는
서로의 총구
끝내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리라
그대 여전히 포효는가?
그 누구와도 마주하고 있지 않은
가면의 생애
오직 파괴자일 뿐인 자기 부재
그 슬프도록 잔인한 절대 미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