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무늬

새가 나는 아침

조각별 2018. 7. 2. 16:35

 





 

새가 찔룩 박혀든다
자연과 시류의 잡상들
각각의 셈법으로 반짝거리는
기억의 골목 좌판 끝에서
주루룩 
수억의 체온을 녹인 목숨 한 줄기로 쏟아지는 아침

결과와 내력으로
소비되며
푸르게 가늠된 우열만큼
긴장의 거리 팽팽히 당겨진 유월 어느 날...

어쩌면 우린
360도
무한 둘레 속 섬들처럼 가물거리지만
서로의 흔적을 볼모로 베껴진 

욕망과 애증 한 페이지씩을
자기 존재로 떼쓰며 사는 것은 아닐까

관계라는 부단한 진자 운동 속에서
선택이 아닌 조건반응일 뿐이란 걸
어렴풋 알면서도
닮은 언어들의 기발한 수작 속으로 
자꾸만 도피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허튼 사냥놀이들

그 기울어진 운동장에 점성처럼 찐득거리는
저항의 밀도가
오늘처럼 소박하게 얼룩지는 날이면
약간은 촌스런 꽃무늬로 멋 부린 
둥글게 우거진 한 때의 내 안쪽을 엿본다
몹시도 아득하여

나는 불현듯,
신선한 아침으로 꿀꺽
집어 삼킨 새를 닮은
저 허공의 배 
쩍 갈라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