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사랑방
겨울 강에서 -----김재성
조각별
2018. 7. 19. 10:05
겨울강을 걸었다.
이파리 하나 없이 한설을 견디는 나무들
눈에 섞여 날리는 차가운 바람
문득 절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고
주저앉고 싶었고 그렇게 퍼질러져
무엇이든 자꾸 뱉아내고 싶었고
겨울이었다
풍경은 그저 내 몰골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고
까짓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무관심에 아릿해져
다시 걸었다
사위 겨울이었고 문득문득 소리를 들었다
파르르 나무 떠는 소리 전신주 울리는 소리
쩌엉쩌엉 얼음장 갈라지는 소리
어디든 소리뿐이었다
어깨를 툭 치고 가는 것이 느껴져 뒤돌아보면
어느결에 저만치 질러가고있는 소리의 얼음
소리의 날카로운 모
바람처럼 스치거나 가슴팍을 할퀴거나
스윽 그냥
스윽스윽 몸을 관통하고 지나가던 겨울의 소리들
눈 덮인 강벌판 한 가운데서
나는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