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사랑방

저녁 갈매기---배기환

조각별 2018. 10. 17. 15:02

 

 

 

지친 날개의 저녁 갈매기가 날고 있다 
수평선 위에 집어등처럼 명징한 달빛이 
구겨둔 지난 일들을  하나둘 
투영하고 있는 밤바다 

노을에 단풍 든 해안가에 주저앉아 
파도처럼 일렁이는  
질긴 기억들을 펼치며 
나는 지금 참회의 시를 쓰고 있다 

열리지 않는  
그 바다의 문을 열기 위해 
이젠 돌아올 수 없는 먼 바다로 떠나버린  
그에게 참회의 시를 쓴다 

바람에 부화된 삶의 서러운 파도가 
부서진 자리에 투명한 달빛이 부서지고  
부서진 그 자리에 쉬지 않고  
하얀 욕망의 소금꽃이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