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사랑방

일찍이 나는---최승자

조각별 2020. 1. 14. 10:29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 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 가면서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너를모른다 나는너를모른다.  
너당신그대, 행복  너, 당신, 그대, 사랑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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