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단상 19

제행무상

깨달음의 핵심은 둘이 아닌 것. 차이와 다름의 동일성이다. 그 본질은 삶의 종결이다. 더 이상 그 어떤 관계도 필요치 않다는 것. 불이不二를 바탕으로 한 제행무상이 허무나 무의미가 아닌 반복을 말하는 이유다. 이미 완성되었으나 알지 못하는 무지의 잠이란 실재하는 사실이 아닌 속여진 상태라는 의미다. 자기 기만이 사고의 원점이라는 것. 상대성 간극 운동인 나, 자아의 공성적 본체라고 할까. 이른바 텅 빔은 부재와 상실 보단 기계적 폭력성이란 말이다. 자기 무지의 또 다른 이름인 속임수 속에서 어둠처럼 일종의 현상에 지나지 않는 생은 고쳐지거나 보완되거나 변화되어야 할 그 어떤 것이 아닌 것이다. 세상은 오직 언어적 위치와 역할로 분리 배열된 환상에 지나지 않다. 그 거짓된 차별 속에서 공간과 대상을 갖는 ..

소소 단상 2023.10.26

자유

생각은 끊임없는 분열 과정이다. 서로 다름의 생성 원리로 작동하는 그 과정에서 생명력은 단순한 자기 분리 운동으로 소모되는 에너지일 뿐이다. 자연의 번잡한 경계를 지배하는 기본 물질의 역학 관계에 따른 복원, 소멸의 질서가 인간이 구현하는 사회적 존재의 진짜 사슬이라는 얘기다. 의식이란 변형된 물리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 달리 말하면 삶은 과거의 자기 반복 과정이다. 언어의 바퀴살로 지탱되어 굴러가는 경험의 상대성 구현과 그 지속성 이라고 할까. 그러므로 사유의 바깥은 미지가 아닌 무극이다. 사고와 생명의 실시간은 차원이 다르단 의미다. 지껄임 자체인 사고 속에도 무한 침묵이 성립할 수 있는 까닭일 것이다. 참이란, 항상 생각으로 가 아닌 생각인가?로 있어야 한 다는 말이다. 저 나무나 구..

소소 단상 2023.10.23

다양성의 본질 혹은 너와 나를 다르게 하거나 달라지게 하는 것. 그 비밀을 아는 게 진정한 통찰이다. 자타의 현상, 관계의 실체에 정통한 시선이다. 하여, 그 시선의 초점은 사고의 무의식적 흐름을 꿰뚫고 이미 완성된 생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나, 자아 내지는 그 존재성이 무수한 재연 과정을 위한 가열찬 분열의 간극이라는 것, 그 무지막지한 상대성 사이를 반복 운동으로 채우는 항시적 에너지로서의 연소 상태일 뿐이라는 것. 있는 그대로의 생각과 말과 행위 그 자극적 윤활유인 감각 내지는 감성들의 출발점, 자기 기망의 완벽한 휘발揮發인 것이다. 절대 공성이란 객관적 자리가 아닌 한 인간의 자기 이해가 되는 연유다.

소소 단상 2023.10.22

흔한 날의 잰걸음

우리 마을의 봄은 가벼운 알레르기 증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시절 내내 온갖 바람들 시끄럽기 때문이다. 자고 나면 딴 세상인 북새통에서 그나마 나은 건 지난 겨울 끝자락의 시린 하늘 일찌감치 여린 꽃잎에 아로새긴 매실나무 살림살이다. 외톨이 참새 뒤쫓아 부리나케 숨어든 가치 몇 마리쯤 빈손으로 쫓아버리기에 충분하니까. 바야흐로 꽃향기 따라 발호하는 대자연의 원초적 본능 굽이치는 도랑에 서서 언제봐도 도통 속내를 알 수 없을 만큼 우직하게 버티고 있던 무화과나무까지 마침내 방물장수처럼 나날이 천변만화하는 요지경 마을. 모른 척 나만 혼자 초지일관 수불석권한다는 것은 왠지 시류의 보편성을 거스르는 몰지각한 풍류의 도라 여겨졌다. 꼭꼭 닫아걸었던 독서 삼매경을 풀어헤친 것이다. 기왕에 붓을 잡았으니 문밖을 ..

소소 단상 2023.05.13

경계를 넘어서

삶은 관계의 다양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자연과 인간의 오랜 교감은 오늘날 안락하고 편리한 문명 생활을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으리라 본다. 수많은 역사 속 사건은 물론 험난한 물리적 변화 과정을 통해 체득한 생존 경험을 특별 가공하여 대대로 기억, 강화 시키려는 교육적 학습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이런 세습적 사고방식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너와 나를 한 사회의 생활 규법 속에 억압하는 카테고리성 세계관은 트라우마처럼 작용하는 거대 공포와 아픔이 도사리고 있다고 보는 탓이다. 압도적인 힘에 의해 가공 정제된 왜곡이 무의식적으로 혹독하게 가스라이팅 된 존재 의식이라고 할까. 예로서 한국 사람인 나는 문화, 전통적으로 몇몇 특정 대상(국가...

소소 단상 2023.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