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단상 19

무아

예로부터 수많은 지면과 활자를 빌려 인간의 자기 진실을 다툰 사례는 참으로 많다. 무아無我의 논리도 그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까지 다루어진 무아의 실상은 형이상학적 추론 끝에 매달려 무한의 영역으로 표백되거나 고색창연한 옛 글의 교조적 해석으로 말미암아 대략 난감해지는 발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이것을 표현 방식의 한 형태로 풀어보려 한다. 무아를 이해하는 다양한 방식 가운데 하나인 부정에 의한 강한 긍정에서 그 의미를 찾겠다는 뜻이다. 무아로 부정된 나我는 무엇이며 과연 절대 공성이 그 본질일까라는 의문으로 부터의 출발이다. 보통의 우리는 나는 나다라는 느낌이 일종의 마비성 무의식 상태라는 걸 모른다. 그 까닭은 대부분 생각 속에서 접하는 그 순간은 한 생명으로 살아 있는 현재가 ..

소소 단상 2022.11.30

실수

무소유는 실수다. 빗나간 관계를 장식하는 외형적 표현인 탓이다. 인간의 시간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사고思考 내지는 경험이라 적고 싶다. 과거 과정이란 뜻이다. 세상은 수많은 누군가의 흔적들로 요란한 만화경 통로라고 할까. 즉, 사회적 소통으로 직조되는 삶이란 한 인간의 의식 안에서 습득된 언어들에 의해 상대성 관계로 분열된 경험 정보들의 자기 기망적인 이합집산과 상호보완 작용으로 형성되는 홀로그램 같은 투사적 현상이란 뜻이다. 따라서 그런 과정의 진실이 모두 숨겨진 무명 상태의 일반적인 의식들로 혼란스런 안이비설신 세계는 무소유로 변화할 수 있는 실재적 경계가 없다. 무소유가 실수인 이유다. 더구나 그 표현의 방향을 관계 소멸의 진리적 궁극에 맞추면 그 허당성은 더욱 뚜렷해진다. ..

소소 단상 2022.11.19

패착

종이 문자에서 디지털 기호로 급변하는 열악한 생태 환경 속에서도 출판계는 여전히 질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의 알싸한 잉크 냄새로 베어든 그들의 진한 땀방울들이 언제나 눈부시게 빛나길 희망한다. 그런데 일반인을 대상으로 간행되는 명상 관련 도서를 소개하거나 정독한 다수의 문장들을 대할 때면 반가움보단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 몇몇을 제외하곤 깊은 통찰로 활짝 핀 수승한 의식의 길이 아닌 상업적 수단과 그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잘 가공된 문장들의 소란에 훨씬 가깝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거의 모든 저작물에서 공통의 관심사로 언급되는 지금 여기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경쟁과 차별, 학연 지연 등 계층 간 ..

소소 단상 2022.11.16

가설의 어려움

어떤 것이든 설명은 쉬운 일이 아니다. 풀이와 전개 방식이 모두 다를 뿐만 아니라 공감의 논리 또한 천양지차인 탓이다. 더욱이 언어의 다양성과 그 상이점은 서로의 간극을 수많은 곡해와 오류로 갈라놓기도 한다. 까닭에 각자로 유리된 마음이 한 순간 통째 뒤집히는 불가항력의 폐쇄적 변화를 몇 개의 낡은 문자로 표기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갑자기 낯익은 반응과 느낌을 상실한 채 관성적 호흡을 멈춰버린 사고思考가 하얗게 질린 그 오랜 습성을 깨끗이 닦아내기 까지는 꽤나 많은 실패의 시간이 요구되기도 하니까. 마치 불현듯 산 위로 밀려 올라간 시선의 탁 트인 세계가 산 아랫마을 어느 골목 구석에 붓 박힌 돌멩이의 작은 초점 안에 전부 수용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할까. 그래서 너와 ..

소소 단상 2022.11.07

산다는 건 무엇인가

우리는 너무 큰 것을 보지 못하고 작은 소리 또한 듣지 못한다. 반면 아주 흔한 순간이나 대상에도 종종 당황할 때가 많다. 문득 정색하고 바라보는 삶의 문제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매일 정말 익숙한 일상이지만 막상 언어와 문자로 얽으려면 야생마처럼 펄펄 뛰는 야무진 성깔 탓에 자못 형이상학적인 그 고삐를 한 줄 문장으로 꿰차기가 어려운 이유일 것이다. 지금부터 껄끄럽고 난감한 이 성가신 문제를 통해 누구나 아는 기정사실을 뛰어넘는 전혀 색다른 지평의 새끈하고도 다채로운 인식 경험을 추구해 보려 한다. 축적된 세간의 언어가 그동안 범용화 하려 무던히도 애쓴 진리의 영역이 어째서 보편적 차원의 해법이 아닌 바늘 구멍만한 개인적 사건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아보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새삼 눈을 크게 뜰 필..

소소 단상 2022.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