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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행무상

깨달음의 핵심은 둘이 아닌 것. 차이와 다름의 동일성이다. 그 본질은 삶의 종결이다. 더 이상 그 어떤 관계도 필요치 않다는 것. 불이不二를 바탕으로 한 제행무상이 허무나 무의미가 아닌 반복을 말하는 이유다. 이미 완성되었으나 알지 못하는 무지의 잠이란 실재하는 사실이 아닌 속여진 상태라는 의미다. 자기 기만이 사고의 원점이라는 것. 상대성 간극 운동인 나, 자아의 공성적 본체라고 할까. 이른바 텅 빔은 부재와 상실 보단 기계적 폭력성이란 말이다. 자기 무지의 또 다른 이름인 속임수 속에서 어둠처럼 일종의 현상에 지나지 않는 생은 고쳐지거나 보완되거나 변화되어야 할 그 어떤 것이 아닌 것이다. 세상은 오직 언어적 위치와 역할로 분리 배열된 환상에 지나지 않다. 그 거짓된 차별 속에서 공간과 대상을 갖는 ..

소소 단상 2023.10.26

낙장불입

두 손에 움켜쥔 꿈속의 보석 무량하고 거대하건만 쓸모가 없네 바람결 가득 채운 구름처럼 그 찬란한 위용 부질없어라 나와 내 것이 아닌 것 사이 온갖 언행들 낡은 껍데기 두 개 그 오래된 속임수 속 요지경이라 중심과 주변을 떠도는 천변만화의 이름들 일체가 또한 그러할지니 아, 억 만 가치의 꽃잎들이여 그 빼곡한 순서와 위치 올곧게 지켜 무엇 하랴 슬프도다 그대 주인은 이미 거기에 없구나!

마음의 무늬 2023.10.24

자유

생각은 끊임없는 분열 과정이다. 서로 다름의 생성 원리로 작동하는 그 과정에서 생명력은 단순한 자기 분리 운동으로 소모되는 에너지일 뿐이다. 자연의 번잡한 경계를 지배하는 기본 물질의 역학 관계에 따른 복원, 소멸의 질서가 인간이 구현하는 사회적 존재의 진짜 사슬이라는 얘기다. 의식이란 변형된 물리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 달리 말하면 삶은 과거의 자기 반복 과정이다. 언어의 바퀴살로 지탱되어 굴러가는 경험의 상대성 구현과 그 지속성 이라고 할까. 그러므로 사유의 바깥은 미지가 아닌 무극이다. 사고와 생명의 실시간은 차원이 다르단 의미다. 지껄임 자체인 사고 속에도 무한 침묵이 성립할 수 있는 까닭일 것이다. 참이란, 항상 생각으로 가 아닌 생각인가?로 있어야 한 다는 말이다. 저 나무나 구..

소소 단상 2023.10.23

다양성의 본질 혹은 너와 나를 다르게 하거나 달라지게 하는 것. 그 비밀을 아는 게 진정한 통찰이다. 자타의 현상, 관계의 실체에 정통한 시선이다. 하여, 그 시선의 초점은 사고의 무의식적 흐름을 꿰뚫고 이미 완성된 생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나, 자아 내지는 그 존재성이 무수한 재연 과정을 위한 가열찬 분열의 간극이라는 것, 그 무지막지한 상대성 사이를 반복 운동으로 채우는 항시적 에너지로서의 연소 상태일 뿐이라는 것. 있는 그대로의 생각과 말과 행위 그 자극적 윤활유인 감각 내지는 감성들의 출발점, 자기 기망의 완벽한 휘발揮發인 것이다. 절대 공성이란 객관적 자리가 아닌 한 인간의 자기 이해가 되는 연유다.

소소 단상 2023.10.22

늙어가는 의자

만산홍엽의 잔치판 가만히 쓴 잎 하나 놓고 가는 허름한 세월 자리 손님처럼 멀찍이서 감추어진 표정으로 내다버리는 무수한 기다림과 까칠한 아쉬움들 그나마 한 뼘 온기로 번진 그리움 깊은 배김의 순간으로 펴 생을 보듬는다 그렇게 버텨내고 앙다문 견딤의 잔금 제 안으로 저항하듯 터지며 바삭바삭 늙어가는 녹슨 통증이여 이미 잘려버린 생의 우듬지 돌이킬 수 없는 숨결로 순례하는 해낡은 침묵 설움의 차례 애달퍼라 어느 바람 한 줌 문득 그 매듭의 무게 덜어가면 우리가 놓아버린 손 어느 벼랑 끝 돌고 돌아서 함께 앉았던 그 꿈길 꽃으로 다시 필까.

마음의 무늬 2023.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