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산홍엽의 잔치판
가만히 쓴 잎 하나 놓고 가는
허름한 세월 자리
손님처럼 멀찍이서
감추어진 표정으로 내다버리는
무수한 기다림과
까칠한 아쉬움들
그나마 한 뼘 온기로 번진 그리움
깊은 배김의 순간으로 펴
생을 보듬는다
그렇게 버텨내고 앙다문 견딤의 잔금
제 안으로
저항하듯 터지며
바삭바삭 늙어가는 녹슨 통증이여
이미 잘려버린 생의 우듬지
돌이킬 수 없는 숨결로 순례하는
해낡은 침묵
설움의 차례 애달퍼라
어느 바람 한 줌
문득
그 매듭의 무게 덜어가면
우리가 놓아버린 손
어느 벼랑 끝
돌고 돌아서
함께 앉았던 그 꿈길 꽃으로 다시 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