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무늬

늙어가는 의자

조각별 2023. 10. 15. 10:05

 

 

 

만산홍엽의 잔치판

가만히 쓴 잎 하나 놓고 가는

허름한 세월 자리

 

손님처럼 멀찍이서

감추어진 표정으로 내다버리는

무수한 기다림과

까칠한 아쉬움들

그나마 한 뼘 온기로 번진 그리움

깊은 배김의 순간으로 펴

생을 보듬는다

 

그렇게 버텨내고 앙다문 견딤의  잔금

제 안으로 

저항하듯 터지며

바삭바삭 늙어가는 녹슨 통증이여

 

이미 잘려버린 생의 우듬지

돌이킬 수 없는 숨결로 순례하는

해낡은 침묵

설움의 차례 애달퍼라

 

어느 바람 한 줌

문득 

그 매듭의 무게 덜어가면

우리가 놓아버린 손

어느 벼랑 끝

돌고 돌아서

함께 앉았던 그 꿈길 꽃으로 다시 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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