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바람
감자들이 포동포동 살찌는 계절이다. 어느 곳에선 벌써 수확의 기쁨이 전해져 온다. 아무래도 감자 캐는 즐거움은 다른 뿌리채소들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그 특유의 손맛 때문일 것이다. 우리 집은 밭이 넉넉하지 못했다. 언제나 보리, 마늘 등 다른 작물이 심어지고 남은 자투리땅에 셋방 살이 하듯 감자밭을 일구었다. 그래도 짧고 굵은 고랑마다 튼실하게 자란 줄기가 넘쳐나는 야무진 수확 철이 되면 우리 식구들은 너도나도 신명이 났다. 주렁주렁 딸려 나오는 알알에 덩실덩실 흥겨웠다. 커다란 아버지 지게에 얹힌 뽀얀 녀석들이 우루루 우루루 마루 밑으로 기어들면 우리들의 입술은 그야말로 활짝 핀 접시꽃처럼 날마다 하하 호호였다. 내 어릴 적 우리 집 마루는 참 높았다. 주먹만 한 나무 공이가 뻥 뚫려 자칫 발목이라도..